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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결혼은 현실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 청년이 결혼하고 싶은 도시, 안양을 향해”

허원구 안양시의원

 

(비전21뉴스=정서영 기자) 최근 한 신문기사를 통해 김문수 전 지사의 결혼 일화를 접했습니다. 예식장을 구하지 못해 작은 교회 교육관에서 소박하게 결혼식을 올렸고, 노동운동을 함께하던 동지들에게 국수 한 그릇조차 대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신부는 웨딩드레스 대신 연분홍 원피스를 입었고, 하객석에는 이들을 감시하러 온 경찰들이 자리했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부 관계는 돈, 학벌, 지위로 하는 게 아니다.” 이 말은 결혼을 바라보는 지금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날 결혼은 사랑보다 조건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결혼정보업체에서는 외모, 학력, 직업, 연봉, 심지어 부모의 자산까지 점수로 매깁니다. 포털에는 ‘결혼 등급표’가 연관 검색어로 떠오르고, 유튜브에는 ‘연봉 얼마 이상’, ‘여자는 무조건 20대’라는 콘텐츠가 인기입니다. 이제 결혼은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상대의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검증받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은 결혼을 높은 장벽처럼 느낍니다. ‘내 조건으로는 결혼할 수 없다’는 좌절감은 많은 청년들을 포기하게 만들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사회의 지속 가능성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인구동향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58,704건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하며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30∼34세 연령대에서 혼인율이 뚜렷하게 상승했지만, 이는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이 결혼 적령기에 도달한 데 따른 일시적 증가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반면 앞으로 결혼 연령에 도달할 20대 초반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으며, 사회 분위기 또한 그들의 결혼을 응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산율 문제 역시 결혼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출생아 중 약 95%가 혼인 관계 내에서 태어납니다. 결국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혼인율을 높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결혼의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그 핵심은 결혼 준비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준비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약 2억 3천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예식장, 스튜디오, 드레스, 혼수, 예단, 신혼집 마련까지 감안하면, 사랑이 있어도 출발선에 서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안양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신혼부부 전세자금 이자 지원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결혼식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단과 혼수에 대한 사회적 압박도 완화되어야 하며, 청년들의 소득 수준과 삶의 여건에 맞는 주거 정책 또한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결혼을 주저하는 청년들이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개인의 선택과 책임에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지방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우리 사회 전체가 부담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신혼부부가 주거 걱정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주거 지원을 확대하고, 과도한 결혼 비용으로부터 청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관련 조례를 정비하고, 재정적 뒷받침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청년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삶의 현실이 행정과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 의회는 보다 민감하고 신속하게 움직이겠습니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통해 청년이 결혼하고 싶은 도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도시, 살아갈 희망이 있는 도시 안양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사람이 중심인 안양, 결혼이 가능한 안양, 미래가 있는 안양. 이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말뿐인 정책이 아니라, 청년들이 실제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안양시의회와 저(허원구 의원)는 그 변화의 시작점이 되겠습니다. 청년 한 사람, 시민 한 사람의 삶이 더 나아지는 안양을 위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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